💁♀️ 커리어 액셀러레이터 김나이님의 답변
장마와 무더위가 오가는 7월, 잘 지내고 계시나요? 지난번 웨비나에서 여러분들 뵐 때는 저는 너무나 떨리는 마음이었는데, 질문도 많이 해주시고 공감도 잘 해주셔서 여러분 덕분에 나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감사해요. 오늘은 지난번 웨비나에서 시간 관계상 다루지 못한 질문에 대한 처방전을 드려보려 해요. 바로 리더의 '취약성'에 대한 고민입니다.
“팀장은 당연히 힘들고 어려운 일을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팀원들에게 팀장의 감정 상태와 취약점을 말하기가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자신 없거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잘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팀장으로서 모르는 게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저평가될까 봐 두렵습니다.”
라이브 채팅창에 올라오는 고민들 대다수가 남일 같지 않고 공감 됐지만, 특히 마음에 남는 고민이었어요. ‘나는 좋은 리더인가?’, ‘좀 더 잘해야 하는 것 아닐까?’, ‘팀원들에게 이런 것까지 말해도 될까?’ 종종 생각하는 요즘의 제 고민과 닿아있기도 했고요.
커리어 액셀러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저는 지난 10년간 정말 다양한 조직, 특히 안 좋은 조직과 안 좋은 리더의 사례를 많이 듣고 보게 됐습니다. 번아웃은 예사고 상사나 동료와의 문제로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겪는 분들도 계셨고, 커리어 여정 중 이직을 고민하는 순간의 시작점에 리더가 있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리더의 기준’이 높아졌어요.
그 기준이 IT 헬스케어 스타트업 가지랩의 CSO로도 일하기 시작하면서 저 스스로에게 ‘독'으로 작용했어요. 비즈니스가 잘 돌아가려면 돈이 있어야 하니 리더로서 돈을 잘 벌어오는 것은 기본이고, 하는 일이 커리어 액셀러레이터이니 구성원들의 고민도 잘 들어야 하고, 산업과 시장에 대한 안목을 강조하는 일을 하니 헬스케어 시장 변화도 잘 알아야 하고, 구성원들 강점도 잘 파악해서 일을 배분해야 하고, 외부에서의 유명세(?)를 넘어설 정도로 내부에서 일을 잘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앞일을 점칠 수 없으니 불안감을 느끼거나 머리 아프게 고민하는 날들이 많았지만 ‘나도 모르겠어’라는 말은 무책임하지 않을까, 솔루션을 딱딱 말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제가 좀 똑똑하고 현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이 과정과 감정을 다 공유하면 오히려 구성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스스로 잘 컨트롤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여기에 더해서 ‘커리어 액셀러레이터’로도 일하고 있으니 다양한 플레이어들과 협업을 하더라도 일단 제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 ‘나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지’하며 저 자신을 채찍질했죠. ’나이님은 역시 멋져, 최고야’ 소리를 듣고 싶었던 걸까요, ’잘잘잘'과 ‘~해야 한다'라며 저 자신을 스스로 다그치는 일이 너무 많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예전 동료가 언뜻 한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저는 어떤 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할 때, 팀장님이 ‘이 일은 솔직히 내가 잘 몰라서요’라고 이야기하면 내가 할 역할과 기여가 있겠다 싶어서 더 재밌게 하게 돼요. 나를 믿으니 모른다는 이야기도 솔직하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오, 그럴 수도 있겠구나, 안심이 됐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저는 두 가지를 생각했어요.
1)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잘하고 싶은 마음'을 더 믿자
2)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나의 취약성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나 자신을 들여다보자.
그때부터 저는 구성원과의 1:1 세션에서 아래와 같은 말들을 ‘연습’ 했습니다. 단, 푸념이나 넋두리에 그치지 않도록 경계를 잘 설정하면서요.
“그거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보다 OO님이 더 잘하는 전문가이니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OO님 의견이 필요해요!”
“저는 세세하고 꼼꼼하게 챙기는 것 잘 못해요. 혹시 내가 놓친 것 없나 좀 살펴봐 주실 수 있을까요?, 고마워요.”
“요즘 저는 이런저런 고민이 있어요. OO님은 어떤 고민이 있나요?”
“나는 우리 팀이 정말 잘 됐으면 좋겠어요. 이런 것 좀 더 해봤으면 좋겠다 싶은 의견, 어떤 것이든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요?”
이렇게 질문하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저 혼자 생각했던 것들보다 훨씬 더 솔직하고 발전적인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어요. '제가 다 해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완벽해야 한다', '모르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도 점차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회사에 출근하는 분들이 많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게 리더분들의 고민거리라는 것도 잘 압니다. 내가 하는 말이 이 조직에서 나에게 어떻게 돌아올지 몰라 불안한 마음도 너무나 이해되고요. 저 역시 예전 금융 업계에서 일할 때는 ‘회사에는 벽에도 귀가 있다’고 생각하며 입 닫고 일만 했고, 동료나 리더를 신뢰하지 않는 편을 택했으니까요. 요즘의 팀장님들은 임원과 왠지 모르게 당당한 구성원들 사이에 샌드위치로 끼어 갖은 마음고생을 하거나 야근을 밥 먹듯 하느라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계시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는 지속 가능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남이 나를 실망시킬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취약함을 감수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우리가 나아가는 목적과 방향에 동의해야 서로의 취약성을 공유하는 단단한 팀이 될 수 있으니, ‘나는 리더로서 구성원들과 함께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왜인가,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다지는 것에 초점을 맞춰보시면서요.
리더가 되는 것은 필연적으로 부서지고 깨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실수를 저지를 때, 사람들을 이끄는 일에 실패할 때, 우리의 정체성과 자존감은 쉽게 무너지죠. 하지만, 그렇게 무너지고 부서지는 과정이 새롭게 거듭나는 발판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오늘도 그런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는 분들, 파이팅입니다!
💁♀️ 커리어 액셀러레이터 김나이님의 답변
장마와 무더위가 오가는 7월, 잘 지내고 계시나요? 지난번 웨비나에서 여러분들 뵐 때는 저는 너무나 떨리는 마음이었는데, 질문도 많이 해주시고 공감도 잘 해주셔서 여러분 덕분에 나아갈 힘을 얻었습니다. 감사해요. 오늘은 지난번 웨비나에서 시간 관계상 다루지 못한 질문에 대한 처방전을 드려보려 해요. 바로 리더의 '취약성'에 대한 고민입니다.
“팀장은 당연히 힘들고 어려운 일을 먼저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팀원들에게 팀장의 감정 상태와 취약점을 말하기가 너무 어려운 것 같습니다. 자신 없거나 모르는 부분에 대해 잘 도움을 요청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팀장으로서 모르는 게 있다는 것을 솔직하게 드러내는 것이 저평가될까 봐 두렵습니다.”
라이브 채팅창에 올라오는 고민들 대다수가 남일 같지 않고 공감 됐지만, 특히 마음에 남는 고민이었어요. ‘나는 좋은 리더인가?’, ‘좀 더 잘해야 하는 것 아닐까?’, ‘팀원들에게 이런 것까지 말해도 될까?’ 종종 생각하는 요즘의 제 고민과 닿아있기도 했고요.
커리어 액셀러레이터로 일하고 있는 저는 지난 10년간 정말 다양한 조직, 특히 안 좋은 조직과 안 좋은 리더의 사례를 많이 듣고 보게 됐습니다. 번아웃은 예사고 상사나 동료와의 문제로 우울증이나 공황장애를 겪는 분들도 계셨고, 커리어 여정 중 이직을 고민하는 순간의 시작점에 리더가 있는 경우가 많았거든요. 이런 이야기들을 들으면 들을수록 ‘좋은 리더의 기준’이 높아졌어요.
그 기준이 IT 헬스케어 스타트업 가지랩의 CSO로도 일하기 시작하면서 저 스스로에게 ‘독'으로 작용했어요. 비즈니스가 잘 돌아가려면 돈이 있어야 하니 리더로서 돈을 잘 벌어오는 것은 기본이고, 하는 일이 커리어 액셀러레이터이니 구성원들의 고민도 잘 들어야 하고, 산업과 시장에 대한 안목을 강조하는 일을 하니 헬스케어 시장 변화도 잘 알아야 하고, 구성원들 강점도 잘 파악해서 일을 배분해야 하고, 외부에서의 유명세(?)를 넘어설 정도로 내부에서 일을 잘해야 신뢰를 얻을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앞일을 점칠 수 없으니 불안감을 느끼거나 머리 아프게 고민하는 날들이 많았지만 ‘나도 모르겠어’라는 말은 무책임하지 않을까, 솔루션을 딱딱 말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하며 제가 좀 똑똑하고 현명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얼마나 많이 했는지 모릅니다. 이 과정과 감정을 다 공유하면 오히려 구성원들의 불안감이 높아지지 않을까 걱정하며 스스로 잘 컨트롤 해야 한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여기에 더해서 ‘커리어 액셀러레이터’로도 일하고 있으니 다양한 플레이어들과 협업을 하더라도 일단 제가 잘해야 한다는 생각도 많이 했습니다. ‘이 정도는 당연히 해야지’, ‘나약한 모습을 보여서는 안되지’하며 저 자신을 채찍질했죠. ’나이님은 역시 멋져, 최고야’ 소리를 듣고 싶었던 걸까요, ’잘잘잘'과 ‘~해야 한다'라며 저 자신을 스스로 다그치는 일이 너무 많았어요.
그러던 어느 날, 오랜만에 만난 예전 동료가 언뜻 한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어요. “저는 어떤 일을 해야 하나 말아야 하나 생각할 때, 팀장님이 ‘이 일은 솔직히 내가 잘 몰라서요’라고 이야기하면 내가 할 역할과 기여가 있겠다 싶어서 더 재밌게 하게 돼요. 나를 믿으니 모른다는 이야기도 솔직하게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어서 더 열심히 하게 되더라고요.”
오, 그럴 수도 있겠구나, 안심이 됐습니다. 이 말을 듣고 저는 두 가지를 생각했어요.
1) 함께 일하는 동료들의 ‘잘하고 싶은 마음'을 더 믿자
2) 남이 나를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생각에서 벗어나 나의 취약성을 잘 드러내지 못하는 진짜 이유는 무엇인지 나 자신을 들여다보자.
그때부터 저는 구성원과의 1:1 세션에서 아래와 같은 말들을 ‘연습’ 했습니다. 단, 푸념이나 넋두리에 그치지 않도록 경계를 잘 설정하면서요.
“그거 저도 잘 모르겠어요. 저보다 OO님이 더 잘하는 전문가이니 어떻게 하는 게 좋을까요? OO님 의견이 필요해요!”
“저는 세세하고 꼼꼼하게 챙기는 것 잘 못해요. 혹시 내가 놓친 것 없나 좀 살펴봐 주실 수 있을까요?, 고마워요.”
“요즘 저는 이런저런 고민이 있어요. OO님은 어떤 고민이 있나요?”
“나는 우리 팀이 정말 잘 됐으면 좋겠어요. 이런 것 좀 더 해봤으면 좋겠다 싶은 의견, 어떤 것이든 이야기해 줄 수 있을까요?”
이렇게 질문하면서 대화를 나누다 보니 저 혼자 생각했던 것들보다 훨씬 더 솔직하고 발전적인 이야기들을 들을 수 있었어요. '제가 다 해답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완벽해야 한다', '모르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도 점차 벗어나게 되었습니다.
물론, ‘잘하고 싶은 마음’으로 회사에 출근하는 분들이 많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게 리더분들의 고민거리라는 것도 잘 압니다. 내가 하는 말이 이 조직에서 나에게 어떻게 돌아올지 몰라 불안한 마음도 너무나 이해되고요. 저 역시 예전 금융 업계에서 일할 때는 ‘회사에는 벽에도 귀가 있다’고 생각하며 입 닫고 일만 했고, 동료나 리더를 신뢰하지 않는 편을 택했으니까요. 요즘의 팀장님들은 임원과 왠지 모르게 당당한 구성원들 사이에 샌드위치로 끼어 갖은 마음고생을 하거나 야근을 밥 먹듯 하느라 힘겨운 나날을 보내고 계시다는 것도 너무나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는 지속 가능하고 건강하게 일할 수 없는 것 같아요. 남이 나를 실망시킬 수도 있지만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믿음을 바탕으로 취약함을 감수하고자 하는 의지를 가져보시면 어떨까요? 우리가 나아가는 목적과 방향에 동의해야 서로의 취약성을 공유하는 단단한 팀이 될 수 있으니, ‘나는 리더로서 구성원들과 함께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가, 왜인가, 우리가 해야 할 것은 무엇인가’를 다지는 것에 초점을 맞춰보시면서요.
리더가 되는 것은 필연적으로 부서지고 깨지는 과정인 것 같습니다. 실수를 저지를 때, 사람들을 이끄는 일에 실패할 때, 우리의 정체성과 자존감은 쉽게 무너지죠. 하지만, 그렇게 무너지고 부서지는 과정이 새롭게 거듭나는 발판이라고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오늘도 그런 새로운 하루를 맞이하는 분들, 파이팅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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